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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4, 2017

[Zack's BookCafe] 인생학교 섹스

섹스를 통해 얻는 쾌감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 그리고 행복한 삶의 요소들을 인정하고 확실히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적 흥분이란, 자신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는 순간 느끼게 되는 흥분이다. p67

이제는 섹스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평등한 지위를 갖고, 도덕적 허식을 걷어치울 때다. 사랑과 섹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욕망이며, 동등한 가치와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랑이든 섹스든, 상대 이성에게 그 욕망을 갈구하기 위해 억지로 거짓을 꾸미는 일은 없어야 한다. p112

결국 성욕이란 단순히 옷을 벗고 있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흥분의 기대 심리로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런 흥분은 옷을 벗고 침대에 같이 누운 부부에게는 일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두꺼운 스키복에 장갑과 모자로 몸을 꽁꽁 가린 채 리프트를 타고 산비탈을 오르고 있는 연애 초기의 커플에게서는 일어날 수도 있다. p121

섹스와 결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겠지만, 바란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헛된 기대를 고쳐먹고, 비현실적 환상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소위 '무능'이라는 오명을 털어버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침대에서 그 누구의 원망도 없이 금욕주의 적 평온으로 돌아누우며, 오래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타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 더 지혜로운 것 아닐까? p144

문명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관대함, 세심함, 평등 의식, 공평한 가사 분담과 같은 굉장한 미덕을 가져다주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명화가 우리의, 아니 적어도 남자들의 성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p150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요령에 관해서라면 필요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굳이 뭘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란, 혼자 힘으로 풀어나갈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요령이나 뇌 수술법을 직관으로 알아낼 수 업는 것과 마찬가지다. p164

우리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애쓰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유년기에 감정적인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에게 맨 처음으로 사랑을 준 사람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그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지 말해준 적이 없고,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면서도 우리가 그대로 되갚아주질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분들의 의도야 더없이 자애로운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훗날 우리에게 복잡한 영향을 미치게 될 환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꽤 잘 맞고 무난한 남녀관계에서조차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처 그럴 마음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성인기에 사랑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받았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p165

구속 없는 자유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이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p178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다 잘못했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너무도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의 의미를 일부분만 이해한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조간신문 톱 기사감 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p202

결혼생활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원만한 성관계를 방해하기도 한다. 사랑하지 않지만 육체적으로 끌리는 누군가와 몰래 만나는 것은, 사랑하지만 더 이상 흥분이 느껴지지 않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식을 갖는 것은 사랑과 섹스 양쪽 모두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부부관계나 성적 스릴에 몰입하기 위해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가족이 위태로워지고 다음 세대의 건강과 정신 안정 역시 크나큰 위협을 받게 된다. p212

한 마다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p213

성욕이란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 안전해서 탈이었을 것이다. 가령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거절과 치욕에 대해 절절히 깨우쳐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고상하게 나이 들며 평온한 삶에 길들여져서 세상사를 훤히 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게다가 숫자와 단어에 매몰된 메마른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p230

인생학교 섹스 ★★★★(알랭 드 보통, 정미나, (주)샘앤파커스, 2013.1.11) Mar 22, 2017

Zack's Comment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그 속에서  비범한 철학적 메시지와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생활 밀착형 위대한 현대 철학자라는 개인적인 극찬을 해본다.

"왜 모두의 성생활은 '매우 이상'한가?"

책 서두에 밝혔듯이 이 책은 '섹스'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다. '섹스'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통해 스스로를 비정상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섹스'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족이라는 밀접한 연관 단어들을 상기 시킨다. 또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성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자녀를 양육하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꿈꾼다.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 그리고 섹스는 왜 항상 완벽할 수 없을까?

'결혼은 성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 (너의 성기는 내가 쓰고, 내 성기는 네가 쓰는, 다른 사람이 쓰면 간통이자 범법행위)' 결혼은 사랑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때때로는 족쇄가 된다. 따라서 대단히 큰 사랑이 아니면 결혼에 따르는 소유욕과 역할분담을 견뎌내기가 만만치 않다.

결혼 생활이란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의 대립을 결혼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타협해 가는 과정인 듯하다. 그 누군가 고통 속에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결혼에 대한 과대망상증 환자 이거나 자라온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지배 당해버린 결혼에 대한 자기 확신이 상대에 대한 배려를 포기한 채 결혼이라는 세속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에 굶주린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육아라는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기도 하고 성숙해지기도 우유부단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결혼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한  미결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그 미스터리의 결말이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알 수 없다.

젊은이들이여...  사랑과 섹스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현혹되어 결혼을 너무 싶게 생각하지 말기를...
인류의 선구자들인 아담과 이브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은 언제나 그에 따르는 큰 고난이 함께 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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