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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4, 2020

[Zack's BookCafe] 애인의 애인에게

나무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으로 혹독한 겨울 준비를 마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나무의 절정이라고 말하는 단풍의 붉은빛은 '나를 건드리지 마!'라는 메시지를 피로 쓴 혈서다. 나는 단풍을 만드는 나무들의 화학작용을 이해하면서 기꺼이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는 극한까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름다움은 고통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말이다. 비극이 아름답다면 그런 이유일 것이다. p83,84

​내가 행복을 다행이라 바꿔 부르는 사람이란 건 나도 안다. '행복하다'라는 내게 '불행하지 않다'라는 말과 같았다. 두 문장의 차이에 대해 아무리 논리적인 설명을 한다 해도, 내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인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나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행복은 지속 가능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p99

​어떤 날은 폭언과 매로 사랑했고, 어떤 날은 커다란 선물과 포옹으로 사랑했지만, 그것은 일관성 없이 불완전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넘치거나 모자라는 게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변해야 했다. 그것이 '철이 든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였다. p101

재능은 균등히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회는 우연에 의지할 것이다.
꿈이 악몽이 되는 것 한순간일 것이다.
간절하면 할수록 악몽의 내용은 더 끔찍해질 것이다.
예술은 불공정과 불공평의 세계이다.
그러나 나는 곧 그것이 예술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p154

​침묵은 인간이 가진 가장 두려운 힘이다. 그래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색한 상황에서 침묵이 흐르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패배한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더 많이 상처를 받으리라는 것. 관계의 파국 안에선 마지막 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침묵하는 사람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p168

결혼을 결정하고, 이혼 서류를 작성하고, 이혼을 선언한 건 나였다. 사랑의 진짜 권력은 무엇을 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p179

"릴리, 결혼은 이혼을 감당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우리 삶도 그렇잖아? 죽음을 감당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죽는다고  생각하면 지금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테니까. 여자는 남자를 구원하고 싶어 해. 그래서 남자를 변화 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순간 결혼을 결정하기도 해. 하지만 그는 쉽게 변하지 않을 거야. 넌 이제부터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덜 실패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야." p191

열정이 사라지고 난 후, 그 끝이 결국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일이 되는 걸까. 그것을 완성해낸 사람만이 가족이라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걸까. p221

결혼이나 섹스처럼 누군가와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 어려움에 비하면, 누군가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훨씬 더 잘 맞기 때문이다. p242

​"결혼이란 건, 말하자면 앞으로 저 사람이 네게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온갖 고통을 주게 될 텐데, 그 사람이 주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를 네가 참아낼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을 참아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될 거야. 살아가는 동안 상처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어. 하지만 누군가 주는 상처를 견딜 것인가는 최소한 네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해야만 해. 그러니까 이 남자가 주는 고통이라면 견디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해. 그러면 최소한 덜 불행할 거야.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은 남자라면, 때때로 견디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거란 얘기야." p244

​인간은 각자의 사랑을 할 뿐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다. 그는 그의 사랑을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뿐,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너무나도 외로워 내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졌다. p247

애인의 애인에게★★★★★(백영옥, (주)위즈덤하우스, 2016.1.26) May 03, 2020

Zack's Comment 

​'애인의 애인에게'를 읽은 이유는 단지 소설의 전체 문장 중, 우연히 듣게 된 'XX 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야'라는 문장에 꽂혀서였다.  그것은 나에게 '결혼'이 될 수도 있었고, '자식'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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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결혼은 뭐라고 생각해?"
나는 엄마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마리,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야. 극장에 가든, 쇼핑을 나가든, 여행을 가든 언제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리란 걸 아는 거."
"돌아오는 거?"
나는 엄마의 말을 반문했다.
"그래,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기 싫어도 또다시 돌아오는 게 결혼이야."
그때, 엄마가 나를 너무 꽉 끌어안았기 때문에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하다'라는 말은 결혼에 있어, 조금도 끔찍한 말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건, 그 사람의 불안을 막아주겠다는 뜻이라는 것 말이다. 누군가의 결핍을 누군가가 끝내 알아보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결핍 안에서 공기가 되어 서로를 죽이지 않고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 중요하고 사소한 약속을 지켰다는 증거였다. 그것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누군가 그것을 '의리로 산다'라는 말로 아무리 비꼬아 말해도, 나는 어떤 단서도 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이란 정말 그런 것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