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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4, 2017

[Zack's BookCafe] 인생학교 섹스

섹스를 통해 얻는 쾌감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 그리고 행복한 삶의 요소들을 인정하고 확실히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적 흥분이란, 자신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는 순간 느끼게 되는 흥분이다. p67

이제는 섹스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평등한 지위를 갖고, 도덕적 허식을 걷어치울 때다. 사랑과 섹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욕망이며, 동등한 가치와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랑이든 섹스든, 상대 이성에게 그 욕망을 갈구하기 위해 억지로 거짓을 꾸미는 일은 없어야 한다. p112

결국 성욕이란 단순히 옷을 벗고 있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흥분의 기대 심리로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런 흥분은 옷을 벗고 침대에 같이 누운 부부에게는 일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두꺼운 스키복에 장갑과 모자로 몸을 꽁꽁 가린 채 리프트를 타고 산비탈을 오르고 있는 연애 초기의 커플에게서는 일어날 수도 있다. p121

섹스와 결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겠지만, 바란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헛된 기대를 고쳐먹고, 비현실적 환상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소위 '무능'이라는 오명을 털어버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침대에서 그 누구의 원망도 없이 금욕주의 적 평온으로 돌아누우며, 오래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타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 더 지혜로운 것 아닐까? p144

문명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관대함, 세심함, 평등 의식, 공평한 가사 분담과 같은 굉장한 미덕을 가져다주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명화가 우리의, 아니 적어도 남자들의 성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p150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요령에 관해서라면 필요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굳이 뭘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란, 혼자 힘으로 풀어나갈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요령이나 뇌 수술법을 직관으로 알아낼 수 업는 것과 마찬가지다. p164

우리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애쓰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유년기에 감정적인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에게 맨 처음으로 사랑을 준 사람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그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지 말해준 적이 없고,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면서도 우리가 그대로 되갚아주질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분들의 의도야 더없이 자애로운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훗날 우리에게 복잡한 영향을 미치게 될 환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꽤 잘 맞고 무난한 남녀관계에서조차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처 그럴 마음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성인기에 사랑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받았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p165

구속 없는 자유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이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p178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다 잘못했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너무도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의 의미를 일부분만 이해한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조간신문 톱 기사감 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p202

결혼생활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원만한 성관계를 방해하기도 한다. 사랑하지 않지만 육체적으로 끌리는 누군가와 몰래 만나는 것은, 사랑하지만 더 이상 흥분이 느껴지지 않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식을 갖는 것은 사랑과 섹스 양쪽 모두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부부관계나 성적 스릴에 몰입하기 위해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가족이 위태로워지고 다음 세대의 건강과 정신 안정 역시 크나큰 위협을 받게 된다. p212

한 마다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p213

성욕이란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 안전해서 탈이었을 것이다. 가령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거절과 치욕에 대해 절절히 깨우쳐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고상하게 나이 들며 평온한 삶에 길들여져서 세상사를 훤히 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게다가 숫자와 단어에 매몰된 메마른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p230

인생학교 섹스 ★★★★(알랭 드 보통, 정미나, (주)샘앤파커스, 2013.1.11) Mar 22, 2017

Zack's Comment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그 속에서  비범한 철학적 메시지와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생활 밀착형 위대한 현대 철학자라는 개인적인 극찬을 해본다.

"왜 모두의 성생활은 '매우 이상'한가?"

책 서두에 밝혔듯이 이 책은 '섹스'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다. '섹스'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통해 스스로를 비정상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섹스'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족이라는 밀접한 연관 단어들을 상기 시킨다. 또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성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자녀를 양육하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꿈꾼다.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 그리고 섹스는 왜 항상 완벽할 수 없을까?

'결혼은 성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 (너의 성기는 내가 쓰고, 내 성기는 네가 쓰는, 다른 사람이 쓰면 간통이자 범법행위)' 결혼은 사랑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때때로는 족쇄가 된다. 따라서 대단히 큰 사랑이 아니면 결혼에 따르는 소유욕과 역할분담을 견뎌내기가 만만치 않다.

결혼 생활이란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의 대립을 결혼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타협해 가는 과정인 듯하다. 그 누군가 고통 속에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결혼에 대한 과대망상증 환자 이거나 자라온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지배 당해버린 결혼에 대한 자기 확신이 상대에 대한 배려를 포기한 채 결혼이라는 세속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에 굶주린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육아라는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기도 하고 성숙해지기도 우유부단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결혼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한  미결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그 미스터리의 결말이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알 수 없다.

젊은이들이여...  사랑과 섹스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현혹되어 결혼을 너무 싶게 생각하지 말기를...
인류의 선구자들인 아담과 이브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은 언제나 그에 따르는 큰 고난이 함께 하였기에...

Sunday, March 19, 2017

[Zack's BookCafe]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인생이란 한갓 꿈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일이지만, 이 기분은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면서 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활동하고 탐구하는 힘은 어떤 한계 속에 갇혀 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결과적으로 온갖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며, 욕구란 우리들의 가엾은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 p20

아이들만큼 내 마음에 가까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 사소한 존재 속에서 언젠가는 그들이 필요로 하게 될 온갖 미덕과 모든 힘이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집 속에서는 장래의 흔들리지 않은 성격이, 장난 가운데에는 세상의 풍파를 헤쳐나가는 유쾌한 감정과 느긋한 성품이 엿보인다. 더욱이 모두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완벽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언제나 나는 저 인류의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존귀한 말을 되새기게 된다.  p46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마태복음> 18장 3절"

사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p78

알베르트가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남편! 이 세상에서는 확실히 그렇겠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여, 그의 팔을 떨쳐버리고 내 팔에 당신을 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죄이겠지요. 죄? 좋아요, 나는 그 벌을 받겠습니다. 나는 그 죄를 더없는 환희로 맛보고 삶의 향유와 힘을 내 가슴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때부터 당신은 내 것입니다! 오오, 로테, 내 것입니다! 나는 먼저 갑니다. 나는 아버지의 곁으로, 우리 아버지 곁으로 갑니다. 아버지를 만나서 나는 호소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올 때까지 위로해줄 것입니다. 당신이 오시면 나는 달려가서 당신을 붙들고, 무한한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포옹을 계속하면서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있겠습니다. p187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주)문예출판사, 송영택, 1997.12.30) Mar 17, 2017

Zack's Comment

1700년대 젊은 베르테르는 약혼자가 있는 로테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앞에 죽음을 선택한다. 200년 전 한 젊은 청년 베르테르의 진지한 사랑에 대한 그의 철학적 고뇌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좌절을 경험한다.

2017년, 젊은 여배우가 아내가 있는 노(老) 감독과 사랑에 빠져 가십(gossip) 기사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자식과 가정을 버리고 이혼을 결심한 노(老) 감독과 가정을 파탄의 중심에 선 젊은 여배우의 '사랑'에 대한 응원보다는 사회적 지탄이 압도적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200년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작품 속 '사랑'과 2017년 현실의 부적절한 '사랑'은 많이 닮아 있다.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 남녀의 '사랑'과 그 집착적 욕구에 대한 변치 않는 진리로 다가온다.

2017년에 바라본 그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은 어떤 면에서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항상 친절한 모습으로 여지를 남겨놓는 로테의 태도는 베르테르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었으며 그의 '자살'이라는 이기적 선택을 방조한 현명하지 못한 여자이기도 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가 사랑한 로테와 그의 가정을 위해 '자살'이라는 종착역에 닿았다. 내가 그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절친이었다면 그에게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남기고 싶다.

"자살은 패배자가 내미는 이기주의적 자기 합리화 라고..."

Anyway, 'LOVE' will be never stop and it is very difficult issue for human.

Thursday, March 16, 2017

[Zack' BookCafe] 열한 계단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p17

여행을 통해 내가 보고 배운 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었다. 감추사에는 붓다가 아니라 주지스님이 있었고, 교회에는 신이 아니라 신자들이 있었으며, 시장에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은 형이상학적인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체적인 삶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자명하고 단순한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p136

그래서 비극은 시작된다. 그 비극은 부모로부터 아이에게로 전달된다. 소중한 가정을 위해 스스로 하나의 노동자로, 하나의 전문가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부모는 결국 자녀의 가슴에 슬픔을 남긴다. 자신의 날개와 다리를 자르고 우물을 파 내려가는 부모의 영혼은 거울 같은 자녀의 영혼에 깊은 잔상을 남긴다. 만약 인간에게 원죄라는 것이 있고, 그 원죄가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이라면, 원죄의 본질은 자녀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부모의 잔상이다. 날개와 다리를 스스로 꺾은 채 우물을 파내려 가는 부모의 뒷모습. 그 뒷모습은 자녀가 자신의 날개와 다리를 스스로 꺾어야 할 당위와 필연을 제공한다. p168

지금은 안다.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들도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을 말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있다. 내면의 성숙은 고결한 방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선입견.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어려운 철학 책과 씨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는 아름다운 방법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절반의 배움이 있다. 고결하지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세계에서의 경험들. 부당함에 굴복하고, 부조리에 타협하고, 옳은 주장을 꺾고, 스스로 초라함에 몸부림칠 때에만 얻게 되는 그런 배움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나와 타인의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소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 p250

삶에게 원인과 결과를 묻는 건 가능하지 않아요. 삶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만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받아들여 해석할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고 고통을 지속할 것인가. p314

운 좋게도 멈춰 설 기회를 얻었으니, 뒤 돌아가서 놓고 온 것들을 챙기세요.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세요. 또다시 허둥지둥 달려오면 안 돼요. 길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을 돌보면서 오세요. 그렇게 천천히 인생의 마지막에 닿았을 때,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삶이 당신에게 정말 주고 싶어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에요. p316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p359

열한 계단 ★★★☆(채사장,(주)웨일북, 2016.12.10) Mar 15, 2017

Zack's Comment

종교와 과학,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등 우리 삶 속에 명확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
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삶을 고민하는가?

'물질 만능'이라는 지상 과제 앞에 선 전 세계 인류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기인한 모습의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불특정 다수가 알려준  우리에게 익숙한 그 길이 아닌 조금은 불편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저마다의 '계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과 거부할 수 없는 '이상' 사이에서 표류하지 않고 항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그 항해에의 마지막에 닿았을 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삶이 우리에게 정말 주고 싶어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Saturday, March 11, 2017

[Zack's BookCafe] 홀

오기와 아내는 장모와 장인의 뒷모습을 보며 말없이 복도를 빠져나왔다. 두 사람이 세차가 잘 된 검은 세단을 타고 떠난 후 오기는 아내가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렸으나 아내는 때마침 들어서는 택시를 향해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아내가 아니라 오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기는 아내에게 위로받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오기에게 사과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내는 어떤 것도 사과하지 않았다.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지 모른다. p62

오기가 생각하기에 죄와 잘 어울린다는 것만큼 사십 대를 제대로 정의 내리는 것은 없었다. 사십 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 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아예 없거나, 즉 사십 대는 권력이나 박탈감, 분노 때문에 쉽게 죄를 지었다. 권력을 가진 자는 오만해서 손쉽게 악행을 저지른다. 분노나 박탈감은 곧잘 자존감을 건드리고 비굴함을 느끼게  하고 참을성을 빼앗고 자신의 행동을 쉽게 정의감으로 포장하게 만든다. 힘을 악용하는 경우라면 속물일 테고 분노 때문이라면 잉여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십 대는 이전까지의 삶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기였다. 또한 이후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영영 속물로 살지, 잉여로 남을지. p78

아내가 소설책을 읽다가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기는 아내의 표정을 다 알아챘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졸려? 그만 잘까?"
"아니."
"그럼 왜 그래?"
"슬퍼서...."
"응?"
아내가 방금 책에서 읽은 것을 천천히 얘기했다. 한 남자가 간발의 차로 죽음의 위기를 면한 이야기, 어느 날 바로 제 앞으로 공사 중인 건물에서 건축 자재가 떨어져 내리고, 그 순간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기 때문에 비로소 뭔가를 생각하게 된 사내 이야기였다.
"그게 왜 슬퍼. 다행인 거지."
"그 사람이 사라져. 은행의 돈도 그대로 두고 직장에 사직서도 내지 않고 누군가 만나기로 한 약속도 취소하지 않고, 그냥 사라져,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어떤 암시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사라져.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아내가 남편을 찾아달라고 탐정에게 부탁해. 어딘가에서 다친 건 아닐까, 의식을 잃어서 가족의 기억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그게 아니면 남편이 사라진 걸 납득할 수 없으니까. 탐정이 얼마 후에 그 남자를 찾아내. 무사히 살아 있어. 다른 도시에서, 이름을 바꾸고 직장을 구해서 살고 있어. 새로 생긴 가족과 함께."
"아내가 싫었나 보네."
"그보다 뭔가를 알게 된 것 같아."
"뭘?"
아내가 대답 대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기가 재빨리 되물었다.
"다른 곳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걸?"
아내는 이번에도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오기는 초조해 졌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어떻게 됐어?"
"그게 끝이야."
"이전 가족한테 안 돌아왔어?"
"절차를 밟아 이혼했대."
"너무했네. 그래서 행복했나?"
갑자기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눈물이 조금 맺히는 정도였는데 이내 소리 내어 울었다. 왜였을까. 어느 날 운 좋게 살아남은 남자 때문에, 갑자기 저 너머로 가버린 남자 때문에, 그곳에서도 별다르지 않은 삶을 이어나간 남자 때문에 울었을까.
우는 아내를 보며 오기는 웃었다. 이게 슬픈가. 겨우 이런 얘기로 우네. 아내가 이렇게 감성적이었나.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다래고 싶었다. 우리는 무사할 테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저 너머로 홀로 가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허튼 약속 없이, 섣부른 이해 없이 아내를 슬픔에서 천천히 건너오게 하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다. 오기는 미래의 슬픔을 이미 겪은 듯한 아내를 가만히 안아주었고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다가 그쳐가는 걸 지켜봤다.
 깊고 어두운 구멍에 누워 있다고 해서 오기가 아내의 슬픔을 알게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내를 조금도 달래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아내가 눈물을 거둔 것은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였지. 더 이상 슬프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오기는 비로소 울었다. 아내의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였다. p206~p209

홀 The Hole★★★★(편혜영, (주)문학과지성사, 2013.3.23) Mar 10, 2017

Zack's Comment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살던  남녀가 만나 결혼이라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끈으로 새롭게 맺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의 오해와 갈등을 비극적인 스릴러로 녹여내다.

남녀관계, 그중 우리가 특별한 관계라고 믿고 있는 부부관계는 오류 투성이다.
타인이던 남녀가 이성을 잃고 '사랑'이라는 신기루를 믿고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관계의 시작과 동시에 믿고 있었던 그 불안정한 '사랑' 속에 비극의 씨앗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알랭드 보통-

기쁨이 아닌 슬픔의 동반자가  간절히 필요했던 오기의 아내.
그 슬픔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었던 오기.
아내의 슬픔을 안아주었고 울음은 멈추었다.
하지만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아내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는걸.
아내가 눈물을 거둔 것은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였지.
더 이상 슬프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홀, The Hole 한 줄 평>
짤지만 강렬한 주제의 소설 속에서 왠지 모를 관계의 허무함과 슬픔이 묻어난다.

Wednesday, March 1, 2017

[Zack's BookCafe] 관계의 힘

"창창한 청춘들이 쿨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단지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하지만 진짜 이유가 따로 있네. 뭘 것 같나? 바로 두려움 때문 아닐까? 살다 보면 건강하게 투쟁해야 할 때 있는데 싸우기가 무섭고, 양보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왠지 뺏기는 것 같아 무섭고, 내가 상처를 받기가 무서운 거야. 연애는 하고 싶지만 마음을 다 열지 않아. 모든 걸 주면서 사랑할 용기가 없으니까. 결국 쿨한 사람이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겁쟁이들이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쨌든 너무 쿨한 걸 좋아하지 말게나. 그러다가 소중한 친구들이 다 떨어져 나가니까. 자네, 친구는 있겠지?" p28

"관계란 자신이 한 만큼 돌아도는 것이네.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가고 공감하고, 칭찬하고, 웃으면 그 따뜻한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인간을 좋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성공할 수 있네." p60

신은 아버지의 형제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러자 너무나 익숙한 분노의 패턴이 이어졌다. 심장이 요동치다가 어느새 단단한 돌덩이가 되어 숨구멍을 짓눌렀다. 몸은 마라톤을 뛴 것처럼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p64

"회사는 갈등을 가장 무서워하네. 그래서 실패한 직원은 용서해도 분란을 일으키는 직원은 절대 용서하지 않아. 아무리 훌륭한 조직이라도 미꾸라지 한두 마리만 풀어놓으면 엉망이 되니까. 회사는 갈등에 대한 노이로제 환자와 같다고 보면 되네. 지나치게 민감해서,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까지 몰아내려고 하지."p83

"나쁜 갈등은 나쁜 거고, 좋은 갈등은 좋은 거지. 우리는 갈등을 피할 순 없지만 잘 갈등할 수는 있네.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는 싸움을 자주 해서가 아니야. 잘 싸우지 못해서지. 가사 분담 문제로 싸우고 있는데 뜬금없이 배우자의 집안 문제를 얘기하고 콤플렉스를 건드려 화를 키우지." p117

"인생은 참 오묘해서 적이라고 여겼던 사람과 화합하게 될 때가 오기도 하네. 마음을 넓게 가지면 생각지 못한 문들이 열리네. 젊었을 땐 인생이 쌀로 밥을 짓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나이가 들면 쌀로 술을 빚었다는 걸 알게 되지." p117

"돈이란 모을 때는 재밌지만 지켜야 할 순간이 오면 하나도 재미가 없네....   일단 불편함을 견뎌야 돈을 벌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되면 더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기지. 물질을 많이 소유하면 그만큼 관리할 것들이 많아지네." p167

"나무는 혼자 서 있어도 나무(木)고, 돌은 혼자 있아도 돌(石)이네. 하지만 인간(人)은 혼자서는 인간(人間)이 될 수 없네. 이것이 동양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네. 타인 없이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관계가 인생이고 존재의 이유인 것이네. 인생의 의미는 관계 속에 있어." p173

"관계가 끊어지면 모든 걸 잃는 거야...  물론 힘들고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관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네.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상처를 치유해줄 유일한 약도 인간이라네. 그게 인생이야." p194

"자네는 인생을 게임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인생에는 승리도 패배도 없네. 인생의 유일한 승리자는 오직 행복한 사람이라네. 앞으로 자네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테지만 그 아픔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네. 아팠던 사람만이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네. 행복은 관계에서 나오는 것임을 기억해주길 바라네. 부디 이웃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연민을 갖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네." p262

관계의 힘★★★(레이먼드 조, 한경BP, 2013.9.10) Feb 26,2017

Zack's Comment

關係 :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
The relationship between two people or groups is the way in which they feel and behave towards each other.

완벽하게 혼자 일 수는 없는 인간 이기에 우리는 '관계' 속에서 완전한 독립은 불가능 한 듯하다.
세련되고 멋져 보이지만 인간 내면의 욕망은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인생의 성공 기준 또한 막연하고 복잡하게 정의하고 그 다다를 수 없는 기준에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당연한 '인간관계의 힘'이라는 절대적 진리를 떠나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똑똑한 바보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2017년 새해 '관계의 힘'을 믿고 전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