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Site

Welcome to Zack's Mobile Blog. *** FAMILY SITE : Johnny's Blog & Jay's Blog

Monday, August 29, 2011

[Zack's BookCafe] 표백

- 나는 패배자가 되는 게 무서웠고, 지금도 두려워. 내가 받고 있는 교육이라고는 어떻게 하면 패배하지 않느냐에 대한 것뿐이었지. 그래서 승리도 하지 않고 패배도 하지 않는 안전한 방법을 익히고 그대로 살고 있어. p36

-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p191

- 즉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하며, 그들에게 열린 가능성은 사회가 완성되기 전 패기 있는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하잖은 것에 불과하다. p196

- 이토록 많은 자살 시도가 은폐되는 것은 분명 완성된 사회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고 재키는 생각했다. 완성된 사회에서 자살은 낙오이며, 낙오자에게 완성된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낙오자 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구조적인 실패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완성된 사회는 그 사실을 알리는 데 인색히다. p228

- 이번에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거겠지. 고층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탁 트인 전망과 자신 사이에 유리창이 있었을 때에는 몸이 떨리지 않았는데 번지점프대에 섰을 때에는 몸이 덜덜 떨렸다. 지금, 죽음과 나 사이에 그 유리벽이 없어졌어. p281

- 세연이 잡기에서 인용한 것처럼 우리는 '적수가 누구인지 알 때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p330

-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p332

* Zack's Comment
'자살'이라는 자극적이면서, 흔한 소재를 지금의 젊은 세대와 연관지어 흥미롭게 구성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저자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 말한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사회 속에서 완벽한 주인공은 말한다. '표백 세대'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으며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부속품으로 살다가 갈 뿐이라고...  사실 소설 속 세연이라는 여주인공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같이 죽자고 하면 왠지 같이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좌절과 절망이 아닌 완벽한 상태에서 자살을 계획하고 우리 사회에 무언에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표백 세대의 Messiah를 자청한다.  아마도 내가 현실속에서 20대 초반의 감성에 그녀를 만났더라면 깊은 사랑에 빠졌을 법 하다.

내가 살아온 세대는 X세대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대가 바뀔때 마다 이 사회는 그 젊은 세대를 규정하고, 분석하고 비판했던 것 같다. 지금 내 위치는 지금 20대보다는 조금 앞선 세대로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  굳이 세대를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시대마다의 사회 여건과 시대 상황이 개개인의 삶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나의 20대를 돌아보면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고, 큰 좌절 또한 맞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다행히 세대를 탓하지 않고 그 시절의 나를 후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열심히 사는 젊은 세대들은 나의 세대 혹은 그 전 선배들의 세대 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이고, 그 세대가 바로 표백 세대일지도 모르지만 물질의 풍요 속에서 나약한 정신 상태가 되어  때로는 이 사회에 대한 너무 감성적이고 부정적인 논리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자살은 택한 소설 속 세연과 그녀의 추종자들이 젊음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 했던 그들에게 또 다른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아래와 같이 말한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덧 젋음의 패기와 열정을 잊고 살아갈  물리적인 나이가 되었다. 소설 속 젋은 주인공들의 매력에 빠지는 흥미로운 경험과 함께 나의 젊음과 세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재미난 소설을 읽은 것 같다.

2011년 8월 29일 월요일.  문득 한 10년 쯤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한 건 왜일까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