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 등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p16
이런 미심쩍은 욕망에 불을 붙일 뿐이다. 라비 자신도 알고 있듯이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그를 즉시 받아주는이나(그들의 판단은 의심스럽다) 아예 틈을 안 내주는 사람이 아니라(그들의 무관심에 화가 난다), 어떤 짐작할 수 없는 이유로 어쩌면 현재 얽혀 있는 다른 관계나 경계심 많은 성격, 신체장애나 심리적 억제, 종교상의 의무나 정치적 차이 때문에 그를 잠시 동안 애태우는 사람이다. p25
성욕은 처음에는 단지 생리적 현상, 호르몬을 깨우고 신경 말단을 자극한 결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은 감각적이라기보다 관념적이다. 무엇보다 받아들여졌다는 생각,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끝날 거라는 전망과 관련이 있다. p41
결혼에 대한 그의 확신을 떠받치는 진지한 생각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는 결혼 제도에 관한 어떤 책도 읽은 적이 없고, 지난 10년 동안 아기와 10분 이상 있어본 적도 없다. 또한 이혼한 사람과 조금이라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적은 말할 것도 없고 부부를 냉정하게 심문해 본 적도 없으며, 왜 많은 결혼이 파국에 이르는지를 설명하려면 그는 갈피를 못 잡고 당사지들의 보편적 우매함이나 상상력의 부족에서 답을 구할 것이다. p56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p65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그런 부모는 자식이 적어도 한동안 가끔 이상하거나, 난폭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심술궂거나, 기이하거나, 슬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수용할 줄 알고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안다. 그렇게 하여 자녀가 성인이 되고도, 고백과 솔직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겠음 하는 용기의 매우 귀중한 원천을 이루어낸다. p102
우리가 파트너로부터 두렵거나 충격적이거나 구역질 나는 말을 거의 듣지 않을 때가 바로 걱정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친절해서든 사랑을 잃을까 애절하게 두려워해서든 그런 말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파트너가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상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저도 모르게 자신의 희망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보에 귀를 닫아 버렸고 그럼으로써 그 희망이 더욱 위태로워지리라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p106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p116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며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이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p194
이상적인 세계에서의 혼인 서약은 완전히 새롭게 쓰일 것이다. 제단에 서서 부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후에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결정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공황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도 약속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제나 구제불능, 우리는 정신이 나간 종(種)입니다. 또한 우리는 서로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와도 잠자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비극에 속한다고 확신합니다. 특이하지만 온전하고 타협 불가의 이 제약이 꼭 필요한 것은 우리의 질투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후회의 유일한 저장고로 삼을 것이며, . 우리는 불행에 이를 여러 경우를 조사했고 우리 자신을 결속시킬 사람으로 서로를 선택했습니다." 이럴 경우 외도는 둘만의 기쁨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결혼 생활의 실망을 용기와 자제심으로 이겨내겠다는 상호 서약을 배신한 것이 된다. p240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또한 파트너가(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간밤에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어도(우리의 관계가 훌륭하다면 주기적으로 그럴 것이다.) 날카롭고 무자비한 심문자처럼 굴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사랑의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p242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철저히 직관에 반한다. 우리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고 대체로 선량하다고 생각한다. 발을 못 맞추는 건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그렇지만 성숙은 광기를 감지하고, 적절한 때에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만일 수시로 자신이란 사람에 대해 당황스러워지지 않는다면 자기 이해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을 것이다. p280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조화성은 사라의 성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p28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주) 은행나무, 2016.8.24) Sep 28, 2020
Zack's Comment
개인적으로 우연찮게 시작된 감정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도달했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인정한다. 나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흔쾌히 인정할 수 있는 간헐적 능력을 넘어 지속적 능력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뜬금없지만 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감정 유지 실패'에 대한 '자책'을 '자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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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앞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격려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너무도 품위 없는 관계 설정이 지속되는 슬픔을 회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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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결국에는 뜬금없이 흘러가고야 만다는 부정도 긍정도 아닌 어정쩡한 감정을 안고 가는 인생의 여정에서 결국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일시적인 해결책으로 설정해 놓으려 한다. 그러나 언제 가는 그 불안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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