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3, 2020
[Zack's BookCafe] 판판판
음악을 듣고 글 쓰는 것이 직업인 분들은 다르지만, 보통 학창 시절인 10~20대 때 들은 음악을 평생 음악으로 듣고 산다. 그때 들은 음악적 감흥은 DNA에 각인되고 추억이라는 리플레이 버튼이 되어 언제 들어도 감동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회 때 들은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의 'Bad Case of Loving You', 성내동 독서실에서 중2 때 들은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 그리고 고등학교 때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로 친구와 나눠 듣던 딥 퍼플 Deep Purple의 'Highway Star'는 아마 일흔이 되는 2039년에도 듣고 있을 것이다.
"내게 한 장 한 장의 레코드는 보물이었으며 다른 세계로 가는 귀중한 입장권 같은 것이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 전설들을 한 명씩 얘기한 책 <포트레이트 인 재즈>에 실린 글이다. p227
판판 판★★☆(김광현, 책 밥상, 2019.6.20) Apr 19, 2020
Zack's Comment
'20년 차 음악 잡지 편집장 김광현의 음악 에세이'
레코드 판 속
수단 한 판
인생 한 판
10대 이후 언제나 음악과 함께 생활해 왔고, 초등(국민) 학교 시절 우연히 듣게 된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과 유재하의 1집 앨범을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던 기분 좋은 추억을 되새겨 본다.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의 추억을 공유할 정도면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는 반증이지만 그 세월을 받아 드릴만큼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아직도 어른 흉내를 내면서 불편한 옷을 입고 살아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연륜이 쌓인다면야 좋겠지만 그와 반대로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 즈음에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저 꿈일 뿐이지만 말이다. 현실을 부정하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지만 심장만 어지럽히는 불필요한 근심에서 벗아나고자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깐 아니 자주 빌려야겠다. 그 시절 음악, 그 시절 열정, 그 시절 사랑을 찾아서....
혼자이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며 방황하며..
겉 멋이 잔뜩 들어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이란 책을 사서 읽지도 않고 책장에 처박아 놓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품고 멋진 인생을 꿈꾸던 '그 녀석'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그 시절'은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그 노래'는 아직도, 앞으로도 영원히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될 것이다. 요 몇 년 사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실체도 없는 경제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히며 몸서리치며 방황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치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지만 그럭저럭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합리화하고 싶다. 더 잘 할 수도 있었겠지만..
때때로 그 방황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어린 시절'의 판단력 부재와 열심히 하지 못했던 '학업'에 대한 자책이 의도치 않게 시나브로 심장을 어지럽혀 놓고, 하루하루 심장약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과거의 나에 대한 자책을 그만하려 한다. 그 과거의 '나'는 어설프고, 부족하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현재의 나보다 충분히 매력이 있었음을 음악과 함께 떠올려 본다.
또한 이제는 때때로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 일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인생은 어쩌면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자신의 위치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외줄 타기 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이 내가 원하는 '나의 길'이 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주도적인 삶의 방향 설정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가시도 모르면서 'Rage Against the Machine - Know Your Enemy'의 기타 리프에 빠져 몸서리치게 흥분하고, 심장 떨리는 감동을 느끼던 그 청년은 이제 두 아들의 아빠가 되어 있다. 무언가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했던 것일까? 왜 그리 그들의 음악이 좋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이후에도 R&B, Jazz, 그리고 Hip-hop 음악은 내 인생의 BGM에 되어서 심심치 않게 나를 위로해 준다.
문득 아버지가 구매한 오디오 시스템인 '태광 에로이카'라는 브랜드가 생각났고, 그 당시 보급형 오디오 시스템에 LP 판을 올리고, '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를 집이 떠나가라 틀어놓고 똥 폼을 잡았던 어린 시절이 추억과 현재 나의 두 아들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음악, 영화, 책 그리고 내가 가진 몇몇 취미들과 규칙적인 운동' 다소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어들이지만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함께 해줄 그 가치와 함께 '철학'이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끝으로 오래전 비밀 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박범신 작가가 말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충고를 문자로 남겨본다. 그것은 다양한 인문학적 방법으로 나의 그리움, 나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날 청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정말 그리운 것, 내 욕망이 닿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어렵다. 우리에게 둘러싸인 것은 소비 네트워크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소비가 우리들의 욕망인 것처럼 혼돈하거든요. 핵심은 우리가 얻어내어야 할 것은 현실적으로는 일정한 수입을 얻어내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아는 문제예요.
결국 내 욕망이 무엇이고, 무엇이 그리운지 알 수만 있다면 조금 가난해도 덜 불행하다. 우리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남만큼 가지지 못하면 거의 절망적이고 불안한 지경에 빠지는 것이 오늘날 청춘의 문제예요. 여러 가지 인문학적 방법이 필요하지요. 그걸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문자에요. 문장이라는 건 작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에요. 독서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행위예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는 행위예요. 그것이 설령 소설이라고 하여도 모든 문장의 나의 인생을 대입해서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문장을 문장을 가까이하는 것은 나의 욕망 나의 그리움 나의 정체성으로 가는 매우 큰 도로라고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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