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8
고양이는 천둥이 치기 전에 뇌에 자극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의 뇌 변연계에도 비슷한 감관이 하나 있다. 재앙의 전조를 감지하면 작동되는 '불안'이라는 이름의 시계. 자리에 누운 후로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째깍대는 초침 소리를 들으며 기억 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7년 전 그날, 아저씨와 경찰서에서 헤어진 후로. p18
모욕당하면 분노하는 게 건강한 반응이다. 호감을 받으면 돌려주는 게 인간적 도리다. 내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아저씨는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 문자에서 '그렇게'를 떼어내라고 대꾸한다. 나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당황하고, 분노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곁을 내줘서는 안 된다. 거지처럼 문간에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라도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사는 나의 힘이다. 아니, 자살을 하지 않는 비결이다. p29
7년의 밤★★★★(정유정,(주)은행나무,2011.3.23) : Jun 29, 2016
Zack's Comment
오랜만에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을 읽었다.
정유정 작가 특유의 힘 있는 문체에 매료되어 7년이라는 소설 속 시간을 일주일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1. 가난한 전직 후보 야구 선수 최현수와 그의 아들 최서원 그리고 억척스러운 아내 김은주.
2. 부유한 집안의 야비한 치과의사 오영제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그의 딸 오세령과 아내 문하영.
서로 너무도 다른 환경의 두 남자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정을 이루었고, 두 가정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두 주인공 사이의 미묘한 신경적과 영화 같은 극적인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가정'이라는 운명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최현수와 오영제의 마음속 '가정'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그들만의 집요한 가치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네 삶 속에서 저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는 평범한 가장의 그릇된 집착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두 가정은 불행한 가정사를 맞이한다.
"행복한 가정에서는 행복의 이유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저마다 다양하다."라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리나'의 첫 부분에 나오는 말처럼 너무도 다른 형태의 가정의 모습에서 똑같이 '불행'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과연 행복한 가정에서의 비슷한 그 행복의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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