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6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p13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두빛 좀 보아라
이런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p15
-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p22
- 고양이도 퇴화된 맹수이다.
개도 퇴화된 맹수이다
나도 퇴화된 맹수이다
원시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
우리들의 오늘
잔꾀만 남아 p43
- 아서 아서
칼집이 칼을 만류하느라
하루밤 새웠다
칼집과 칼집 속의 칼 고요 ! p46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p50
-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p52
- 소말리아에 가서
너희들의 자본주의를 보아라
너희들의 사회주의를 보아라
주린 아이들의 눈을 보아라 p72
- 저 어마어마한 회장님 댁
거지에게는 절망이고
도둑에게는 희망이다 p74
- 우리들 다시는 네 다리로
내달릴 수 없다
저 풀밭과 안개 걷히는 능선
오, 직립인간의 저주여 p100
- 겸허함이여
항구에 돌아오는 배
오만함이여
항구를 떠나는 배 p101
- 역설을 말하고 싶다. 나에게 시쓰기가 삶이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삶이 시의 전부도 아니다. p118
순간의 꽃****(고은, (주)문학동네, 2001.4.30) : Dec 30, 2011
[Zack's Comment]
고은 시인의 시집. 언젠가 다시 꺼내 읽는다면 그 때는 또다른 느낌일 것 같다.
"순간의 꽃" 문득 시집을 왜 읽는가라는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져본다.길고 복잡한 세상을 사는 우리는 짧고 단순한 단어의 조합속에서 삶의 여유를 되찾고, 평소 사소하게 지나친 사물과 자연으로 부터 어머어마한 가르침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시인이란 아마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들을 이용해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때로는 현미경으로 때로는 지구밖에서 세상과 사물을 볼 줄 아는 지혜와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란 생각을 해 본다.
고은 시인은 "순간의 꽃"의 꽃은 나에게 평소 무심코 지나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었고, "자연은 인간을 한번도 동경한 적이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위대한 자연 앞에 세상을 다 아는 듯이 거만하게 날뛰는 내 자신에게 겸손해야만 하는 이유를 넌지시 던져본다.
끝으로 고은 시인이 그랬듯인 개인적인 역설의 빈칸을 채워보는 사색의 시간을 조만간 가져보려 한다.
나에게 [ ]가 삶이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삶이 [ ]의 전부도 아니다.
2011년 12월 30일 11시 55분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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