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직 잘 모르는 사람'뿐이다. 우리는 타인이나 주어진 상황을 끔찍이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고, 타인과 가까워지는 어려운 과제에 자주 실패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이 그저 좇아가야 할 '충동'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본다. p7
'패션'은 소통의 한 형태다. 패션은 정체성을 광고한다. 내가 입은 옷은 타인과 나 자신에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해 준다. 옷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별로 유용하지 않거나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탓에 진지한 사람들은 패션을 쓸데없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느끼곤 한다. 하지만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p17
섹스는 우리를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이라는 가혹한 이분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우리 모습 가운데 가장 불결해 보이는 부분을 게임에 끌어들임으로써 역설적으로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 p63
누군가와 가깝고 친밀해질수록 온전한 즐거움과 쾌감을 방해하는 많은 복잡한 문제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감정과 원망이 쌓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게 되는 상대방의 비합리적인 모습을 참고 견뎌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사과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점잖고 교양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나를 성가시게 한다. 이 모든 것은 부지불식간에 성적 유희와 쾌감을 질식시킨다. p122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질 듯한 조짐이 보이면, 상대방이 나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입증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일탈의 욕구가 생길 수도 있다. 세상에 나가도 확인하고 싶어진다. 낯선 타인과 잠자리를 하는 상상은 단순히 욕정 때문이 아니다. 거기에는 나의 정체성과 존재 전체가 현재의 배우자에게 녹아들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감정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p136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식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으며, 자신과 떨어진 타인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밖에 알 수가 없다. 대개 우리는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의 마음속을 그저 넘겨짚어 짐작할 뿐, 그들이 말을 해주어야 한 비로소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자아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p141
우리는 섹스가 오로지 육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육체적 행위의 관점에서만 바로 본다. 그러나 섹스란 근본적으로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육체라는 조력자의 도움에 힘입어 두 사람의 영혼이 만나 교감하는 현상이다. 어떤 욕구는 얼핏 불쾌하고 기이하게 보일지라도 근본적으로 섹스는 역겨운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성적 욕망의 뿌리에는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 허용이 가능케 하는 교감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우리의 에로틱한 흥분을 일으키는 힘은 내면 깊은 곳의 정서적 요인이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상스럽고 추해 보이는 말과 행동이 동반되는 섹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성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성적 욕망과 섹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p143
염세적인 세계관, 그리고 두 이상의 비극적인 충돌을 인정하는 것이 상대방이 알게 되면 너무나 괴로워할 나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는 최선의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무너트릴 수 없는 소통의 장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나는 솔직해지고 싶고, 이해받고 용서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우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내가 교활하거나 파렴치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삶에 내재된 비극적 결함(모든 좋은 것이 언제나 양립할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며, 그 결함은 결코 나의 탓이 아니다. p159
우리가 몰랐던 섹스★★★☆(The School of Life, 이수정, 2018.19.19) Nov 4, 2020
Zack's Comment
우리가 몰랐던 섹스
우리가 몰랐던 진실
우리가 몰랐던 그 무엇
섹스, 소통, 욕망, 염세적 세계관..
세상에는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이 공존하며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가면(페르소나)를 바꿔 써 가며 각자의 관계마다 적당한 끈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 수많은 관계 중에서 공식적인 유일한 남녀 관계이자 섹스 파트너를 한 명 정하여 인생의 미래를 약속한다. 그 관계는 다양한 모순과 오류를 이끌어내며 때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의 반복적 욕구인 섹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욕망이 아닌 복잡한 인간 내면의 심리 상태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인간 내면의 자아를 반영한다. 그렇기에 출산 이외에는 절대적 생존에 불필요한 육체적 갈망에 그토록 괴로워하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는 평범한 우리는 근원적인 인간 내면의 불안감과 외로움을 동반한 다양한 형태의 일탈, 외도 혹은 알 수 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반복하는 오류를 겪게 된다. 그 불행의 원인을 알았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고찰을 통해 그 고통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너트릴 수 없는 소통의 장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나는 솔직해지고 싶고, 이해받고 용서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우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내가 교활하거나 파렴치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삶에 내재된 비극적 결함(모든 좋은 것이 언제나 양립할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며, 그 결함은 결코 나의 탓이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것은....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던 내면의 변치 않는 '고집'인 듯하다. 개개인의 삶의 흔적에 묻어나 쉽게 변하지 않는 무의식을 끄집어내 때로는 인정하기 싫은 우울한 진실과 인간 삶에 내재된 비극적 결함을 인정하며 겸손한 자세로 삶을 배워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노력은 삶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안정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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