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든, 농장은 점점 부유해졌지만 동물들 자신은 조금도 부유해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돼지와 개들은 예외였다. 여기에는 돼지와 개의 수가 너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동물들도 나름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퀄러가 자신 있게 설명하듯 돼지들은 농장을 지휘 감독하고 조직의 운영을 위해 끊임없이 일했다. 그러나 그런 일의 대부분은 다른 동물들이 너무 무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스퀄러는 예를 들면 돼지들이 '문서' '보고서' '의사록' '비망록'이라는 신비한 일을 하느라 엄청난 노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것들은 글씨를 빼곡히 쓴 후 단단한 표지로 보기 좋게 장정을 하고, 그렇게 장정이 끝나면 아궁이에 태워버렸다. 이러한 것들이 농장의 복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스퀄러는 말했다. 하지만 역시 개나 돼지들은 스스로의 노동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고 식욕은 언제나 왕성했다. p213 ~214
동물농장★★★☆(조지오웰, 느낌이 있는 책, 2008.6.5)
조지 오웰이 쓴 20세기 최고의 풍자 우화소설
폭압적이고 무능한 '매너 농장'의 주인 존스 씨를 몰아내는데 성공한 동물들은 동물들만의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똑똑한(?) 돼지들이 주축이 되어 '동물농장'을 만든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라는 아름다운 구호를 외치며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함께 나누는 세상을 꿈꾸는 동물들. 그것은 인간과 동물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것이다.
어찌 되었던, 그들만의 <동물농장>은 완성되었고, 그들이 만든 그 세상의 리더 격인 돼지들의 얼굴은 인간들의 얼굴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들 무리 중에 똑똑했지만 탐욕스러운 그 돼지들의 모습은 바로 인간 사회의 어떤 무리들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창밖에서 지켜보는 동물들의 눈길은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인간으로부터 돼지에게, 다시 돼지로부터 인간들에게 시선을 번갈아 옮겨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떤 게 어떤 것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