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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 2020

[Zack's BookCafe]백만번의 변명

결혼했을 때부터 느꼈지만 부부는 가족과 조금 달랐다. 부부는 역시 부부라는 단위로밖에 잴 수 없다. 매듭으로 말하면 이중매듭이 아니라 나비매듭 같고, 식물로 말하면 뿌리가 아니라 줄기 같다. 이처럼 서로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언제나 불안정한 부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p71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고 한다면 너무 늦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이 아니라 공통의 목적을 가지거나 공통의 적을 만드는 일이었다. 여하튼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 부부로서 지속적으로 편안한 형태가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마주 보고 있으면 반드시 결점만 눈에 띄게 되어 언젠가는 지긋지긋해진다. p128

지금은 예전만큼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다. 단지 서로에게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에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그건 상대방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기보다는 상대방을 화나게 해서 자신까지 불쾌해지고 싶지 않은 일종의 생활의 지혜와 같은 것이었다. p318

여자는 현명하다. 언제나 여자는 결코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 헤어지지 않는다. p340

많은 부부가 그렇듯 생활은 두 남녀를 천천히 거세해 간다. 그 편이 사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몸이 쉴 곳과 몸이 흥분할 곳이 같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생활이란 것은 만만치 않다. 전기계량기의 숫자나, 배수관이 막힌 화장실, 싱크대에 방치해 놓은 더러운 그릇 같은 것들과 매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녀석들은 정말로 융통성이라는 것을 모른다. p342

내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다. 세탁이나 청소, 바느질 같은 걸 고생스럽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애당초 이런 게 남자의 위신이나 체면이 상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아닌 다른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만일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면 자기가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둘이서 맛있는 집을 찾아 먹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누구와 함께 먹으며, 그 시간 동안 무슨 말을 나누는가이다. p356

때로는 사람은 함께 살며 생활을 공유함으로써 애정이 깊어진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 걸까? 공동생활만큼 두 사람의 가장 연약하고 소중한 부분을 사정없이 짓밟아 버리는 존재가 또 있던가. 그렇지 않다면 매년 숫자가 걷잡을 수없이 늘어만 가는 저 이혼율은 뭐란 말인가? p356

"응, 그래. 고마, 워"

그런 사쿠를 보고서 시키코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진짜 호의란 분명히 이런 것이다. 상대방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깨끗하게 물러나고, 그러면서도 갑자기 모습을 감춰버려서 뒷말을 나쁘게 만들지도 않는 것이다. 사쿠 같은 남자와 만난 것은 몇 안 되는 행운 중 하나가 틀림없다. p372

아마 많은 부부가 그렇듯 둘이서 살아가는 동안에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중한 '무엇'이 대체 무엇이었는지조차도 이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 소중한 '무엇'이 이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아닌 다른 이유로 이별하는 건지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p408

​부부란 무엇일까?
그 대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시로와 다시 한번 부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대답을 찾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 동안을 사람들을 부부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p445

백만번의 변명★★★★★(유이카와 케이,남주연,(주)영림카디널,2004.11.20) Jan 31,2020

​Zack's Comment

​'백만번의 변명'을 하고 싶을 만큼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은 선택이 있을까?
그 '선택'이 쉽사리 되돌릴 수 없고, 죄책감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유혹을 넘어 확신에 찬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것이다.

'결혼'은 [   ]이다.'라는 정의에 가까운 작가의 섬세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결혼'은 무엇이며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대답을 찾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 동안을 사람들은 부부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 속 결혼 생활은 내 집 장만, 육아 혹은 싱크대에 방치에 놓은 더러운 그릇 같은 융통성 없는 생활이라는 만만치 않은 일상 속에서 좁혀지지 않는 둘 사이의 무언의 갈등을 이끌어 내고, 그 사이 진정한 가족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삶 속의 공통의 가치인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점점 싸움의 횟수를 줄여가는 것이다. 그건 상대방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기보다는 상대방을 화나게 해서 자신까지 불쾌해지고 싶지 않은 일종의 생활의 지혜라면 그 지혜를 깨닫기까지 왜 이리 긴 시간이 걸렸을까 하는 자책에 가까운 동의를 이끌어 낸다.

대충사는 인생이란 없다.
혼자 사는 인생 또한 없다.
더불어 같이 사는 인생 속 평생을 같이할 꼭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누군가에게
언젠가 그 선택을 책임감만으로만 짊어지기에는 너무 힘들어지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결혼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공통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온하고 안정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뿌리내리기란 만만치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이 아닌 부족한 자신에 대한 인정을 통해 지혜를 찾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2014년 어느 날  적어 두었던 어느 철학자의 결혼에 대한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에 대하여...
'결혼은 상대방의 성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
(너의 성기는 내가 쓰고, 내 성기는 네가 쓰는, 다른 사람이 쓰면 간통이자 범법행위)

결혼은 사랑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때때로는 족쇄가 된다.
따라서 대단히 큰 사랑이 아니면 결혼에 따르는 소유욕과 역할분담을 견뎌내기가 만만치 않다."

Zack's comment
결혼 생활이란 결혼(소유)과 사랑(무소유)의 대립을 결혼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타협해 가는 과정인 듯하다. 그 누군가 고통 속에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결혼에 대한 과대망상증 환자이거나 자라온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지배 당해버린 결혼에 대한 자기 확신이 상대에 대한 배려를 포기한 채 결혼이라는 세속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에 굶주린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육아라는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기도 하고 성숙해지기도 우유부단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결혼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미결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 미스터리의 결말이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알 수 없다.

젊은이들이여...
사랑과 섹스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현혹되어 결혼을 너무 싶게 생각하지 말기를...
인류의 선구자들인 아담과 이브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은 언제나 그에 따르는 큰 고난이 함께 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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