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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16, 2018

[Zack's BookCafe] 28

그녀는 비로소 눈 위에 뿌려진 작은 핏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눈길로만 보였는데. 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선의 차이였다. 그것은 한 인간이 속한 세계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의 세상에는 털 없는 원숭이 따위는 들어설 틈이 없는 듯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털 달린 동물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태어나고 싸우고, 사고 치고, 병들어 죽어가는 털 없는 원숭이들의 주요 테마였다. p236

재형은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남자였다. 그가 링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걸 확신했다. 재형은 링고가 아니라 살 이유를 찾고 있었다. 자신이 살길을 찾고 있듯이. 이유와 길이 모두 충족돼야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후에야 진짜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흔히들, 사랑이라 부르는 것. p400

윤주는 종종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가만있지 않는지. 안전한 자기 집을 두고 감염의 위험과 무장 군인, 추위와 허기가 기다리는 광장에 모이는 진짜 이유가 뭔지. 이 방에 홀로 남은 지금에야 그녀는 답을 알 것도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를 향해 모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나는 걸 확인 시켜줄 누군가, 시시각각 조여드는 죽음의 손을 잊게 해줄 누군가를 만나고자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윤주에게 그곳은 재형이었다.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그가 그리웠다. 밤은 미치도록 길었다. p404

28★★★(정유정, 도서출판 은행나무, 2013.6.16) Jul 31, 2018

Zack's Comment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고, 희망도 없을 때
비로소 우리의 최상에 도달한다.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중에서

인간과 반려견에 닥친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대재앙 속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발버둥 치는 인간들 개개인에게는 저마다의 사연과 살아온 역사가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그 또한 개개인이 선택할 몫이겠지만 대재앙 속 인류는 '죽음'이라는 결말에 막연한 두려움 속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고, 희망도 없을 것이다. 그 속에서 수천 년 동안 교육되고 학습되어 숨겨 두었던 인간 본연의 다양한 욕망이 다양한 형태로 무질서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대재앙이 아닌 소소한 개인의 삶으로 돌아와 본다.
때때로 한 달은 넘기지 못하고 개인의 삶 속에서 힘겨워 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과연 내가 직면한 마음속 '작은 전쟁'의 원인과 해결책은 '더 이상 나가갈 곳도, 희망도 없는' 상태인가?

그 답은...
No.
나는 아직 최상에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는 2018년의 무더운 여름은 조만간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 그 뜨거운 갈등은 40도가 훨씬 넘는 고온의 흔적을 남기고,
남은 삶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화학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화학 작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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