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식적 의무. 자신의 신념을 비판적 기준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보는 것을 뜻하는데, 가능한 모든 증거에 따라 검증하고 최소한 반대되는 증거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말한다. 오늘날은 인식적 의무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의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체부터가 벌써 인식적 의무를 유기한 것이다. p135
-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 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다른 동물은 감정을 좇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에 그토록 집착한다. p208
- 우리 삶에서 가장 좋은 순간, 우리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은 즐거운 동시에 몹시 즐겁지 않다.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요점을 놓칠 것이다.....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가장 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p220
- 바로 이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우리는 삶의 시간을 일직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직선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욕망과 목표와 과제의 화살들은 우리를 이 선에다 옭아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직선은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의미를 박탈하는 죽음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직선에 매혹되기도 하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p283
- 삶의 의미는 그 순간의 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순간들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의미나 정당한 이유를 위해 다른 순간들이 필요하지도 않다. p290
- 시간적인 존재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다. 명백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명백한 것은,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나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말도 안 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우리는 기억된 과거나 욕망을 현재라고 부른다. 시간의 피조물은 순간의 피조물과 달리 노이로제에 걸린다. p306
- 나는 우리가,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는 동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산을 하는 버릇, 즉 영장류의 속임수와 계략이 우리이 영혼에 이미 너무 깊이 개입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할 수가 없다. 우리는 속임수와 계략으로 얻어 낸 성공이 수반하는 감정만을 좇고, 실패에 따르는 감정은 피하려고만 든다. 우리는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곧바로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선다. 우리가 항상 무엇인가를 쫓아다니는 동안 행복은 우리 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만다. 인간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은 순간의 피조물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은 끝없이 지연되고 만다. 그렇게 때문에 인간에게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p310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강수희,추수밭,2012.11.02)
[Zack's Comment]
The Philosopher and The Wolf
11년간을 늑대와 함께 한 어느 철학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 늑대는 세상을 떠났고, 늑대와 함께 한 소소한 시간의 기록 속에 반려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넘어선 심오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늑대와의 일상 속에서 너무도 평범하게 모든 생명체의 절대 왕으로 군림하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의문을 던진다.
때때로 철학 서적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숨을 죽이고 움직이는 뇌세포를 자극하며 머리를 찍는듯한 거친 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과 결론 없이 복잡해지기만 하는 답답함 동반한다.
순간과 시간, 삶과 행복에 대한 의문이 앞선다. 일직선의 시간 속에 순간을 살아가지만 그 순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일직선의 시간 속에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어깨에 짊어지고 그 순간 자체에 완벽함을 느낄 수도 즐길 수도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욕구를 갈망하며 인간과 함께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려동물은 과연 행복할까? 그들은 개이건 늑대이건 간에 그네들은 완벽한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 걸까?
일직선의 시간의 끝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출 수만 있다면 한 10년쯤 멈춰 세우고 싶지만 신은 그 또한 허락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신 듯하다.
삶은.... 어렵다. 지루하다. 어렴풋이 그 이유는 완벽한 순간을 살 수 없는 인간의 특징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 또한 모호하기에 반복된 일상 속에 실체 없는 노이로제에 걸려 길을 잃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삶을 그 순간 자체로 완벽히 이해하고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실체 없는 노이로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의 단 꿈을 꾸고 있는 2014년의 3월의 어느 날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