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02
- "모두 다 남자가 아니야. 마누라가 여자가 아니듯 우리도 남자가 아니라고. 남편, 아버지, 아저씨, 그런 걸로 변해 버린거지. 그러니까 여자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p16
- 불륜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일단 시작돼 버리면 그렇게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옥이다. 감미로운 지옥. 여기서 도망치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속의 악마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p88
- 그 시간이 반짝반짝 빛날수록,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치른 희생이 크면 클수록 순식간에 우리의 손을 빠져나가고 만다. p149
-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예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p192
- 불륜에 빠진 남자에게 겨울은 고통의 계절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겨우 넘겼는가 싶으면 곧 설날이 다가온다.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p192
- "그럴 리 없어. 너는 여자를 잘 몰라. 이혼해 주지 않는 이유가 단지 안정된 생활을 잃을까 봐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남편만 행복해지는 것을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다소 불편한 생활쯤 참아 낼 수 있는 게 마누라라는 존재야." p314
- 내 안에 교활하고 비열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아키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현상 유지, 아키하를 버리고 지금까지 해 온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 오늘을 잘 넘기려 하는 것이다. p340
-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 흐름을 멈출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다. 거대한 범종도 손가락 끝으로 계속밀면 공진 현상에 의해 결국은 크게 흔들리듯이, 지금까지의 사소한 행동이 축적되어 내 인생을 격하게 흔들려 하고 있다. p367
- 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도서출판 재인 2011.9.26)
[Zack's Comment]
딸하나를 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인 주인공 와타나베. 또한 평소에 불륜에 대한 아니 또 다른 이성에 대한 호감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그는 남자가 아닌 남편, 아버지,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예상치 못했던 젊은 여성과의 운명같은 만남이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아키하.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으로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이 시대를 사는 남자에게 우리 사회가 말하는 중년이라는 나이는 무엇인가 ? 그것은 아마도 결혼이라는 테두리를 지켜야 한다는 삶의 중압감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부분의 중년은 반복된 일상속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그 자신감 결여는 삶 전체에 영향을 주어 "무기력한 인생"이라는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소설속 주인공은 이 시대의 결혼한 남성을 대변하는 듯 하다. 아마 현실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부분 기혼 남성은 평상시 생각지도 않은 불륜이라는 달콤한 덫에 걸려들 것이다. 그 불륜의 대상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 후 너무 많은 시간동안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다가 새로운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남은 인생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은 듯한 착각으로 행복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직선을 시간을 살고 있기 때문에 반복의 욕구인 그 행복은 길을 잃고 좌절과 정말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방황하는 무기력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완전히 남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가정 생활과 불륜에 대한 감정 이입을 유도 한 듯 하다. 불륜을 시작할 때의 짜릿함. 가정과 새로운 애인 속에서 방황하는 내면의 교활함과 비열함을 보여주고, 결국에 판단력을 잃고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나약한 남자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준비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별로 없듯이, 준비된 불륜을 시작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때로는 새로운 이성을 만나 새로운 인생이라는 삶의 목표와 희망을 찾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물론 기존 가정의 붕괴라는 인생의 큰 상처를 동반하겠지만, 그 상처를 넘어선 인생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이혼 혹은 불륜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 남성들이 결혼이라는 테두리에 본인 스스로를 옭아매고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생활속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불행한 인생의 트랙을 다람쥐처럼 돌고 있다면, 언젠가는 인생의 자신감과 판단력을 잃고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문득 남자 나이 마흔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적지도, 많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는 또 다른 인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든다. 때아닌 방황의 계절을 또 다시 만난 40대의 젊은 남성들이여 여지껏 살아온 날들이 헛되지 않게 더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삶을 재 설계하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것이다. 끝으로 그 방법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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