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짜오 싼짜오 >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곁을 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p92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해고, 그런 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나눠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p105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 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p116
<한지와 영주>
우리는 싸움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서로를 견뎠다. 감정을 분출하고 서로에게 욕을 해서 그 반동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싸움도 일말의 애정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고 그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나쁜 건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그 무지 안에 있었다. p129
쇼코의 미소★★★☆(최은영,(주)문학동네, 2016.7.7) Jan 17, 2019
Zack's Comment
<최은영 작가 단편 소설집>
쇼코의 미소 p7
싼짜오, 싼짜오 p65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p95
한지와 영주 p123
먼 곳에서 온 노래 p183
미카엘라 p213
비밀 p243
<한 줄 평>
최은영이라는 섬세한 여성 작가의 시선을 통해 '공감'이라는 인간 내면의 잔잔한 그 고유의 정서에 매료된다.
2019년 어느 날..
함께 '공감'하고 '공유' 할 수 있는 그 흥분되는 정서적 가치를 갈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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