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싶었지만 공기가 서늘해서 좀 추웠다. 창문을 닫고 되돌아오는데 문득 거울에 비친 식탁 모서리가 눈에 들어왔다. 알코올램프와 빵조각이 흩어져 있는 식탁. 언제나처럼 도 한 번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42
나는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를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햇볕을 떨쳐 버렸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않는 몸뚱이에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p87
전에 나는 감옥 안에서는 결국 시간관념을 잃게 된다는 글을 분명히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별로 의미가 없던 말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하루가 얼마든지 짧아질 수도 있다는 그 점이. 아마도 살아 내기에도 길지만, 너무나 늘어나서 종국에는 쌓이고 넘치게 되는 하루였다. 그들은 이름을 잃었다. 단지 어제 또는 오늘이라는 단어만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p113
나의 삶을, 다가올 이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 내겐 그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 진실이 나를 꼭 움켜쥔 만큼 그것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옳았고, 여전히 옳았으며, 항상 옳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지만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했고 저것은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건 하지 않았으나 또 다른 건 했다. 그래서? 나는 마치 이 모든 시간 동안 이 순간을, 이 이른 새벽을, 나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기다려 왔던 것 같다. p163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그녀가 왜 말년에 "약혼자"를 갖게 되었는지, 왜 그녀가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거기에서도 삶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그곳 양로원에서도, 저녁은 쓸쓸한 휴식 같은 것이었다.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누구도,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비워 낸 것처럼, 처음으로 신호와 별들로 가득한 그 밤 앞에서, 나는 새로운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마침내 한 형제라는 것을 실감했기에,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위하여, 내가 혼자임이 덜 느껴질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나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p166
이방인★★★☆(알베르 카뮈,이정서,(주)새움출판사,2014.3.27) Jul 14, 2017
Zack's Comment
▶ 異邦人(이방인)
①다른 나라 사람. 외국인(外國人). 이국인(異國人)
②언어(言語), 풍속(風俗), 사고(思考) 방식(方式) 따위가 아주 다른 사람
③히브리 사람이 이르는 타국(他國) 사람
1940년대 프랑스, 양로원에 모신 엄마의 죽음과 함께 주인공 뫼르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에도 일상의 큰 변화 없이 담담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친구와 다투는 아라비안 인을 권총으로 죽이고는 재판에서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죽였다고 진술하여 사형을 선고받는다.
주인공 뫼르소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평범한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 시대가 요구하는 논리를 가진 사람이 아님은 틀림없다. 그만의 방법으로 인생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행복을 느낀 그는 그 사회의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그것은 옳았고, 여전히 옳았고, 항상 옳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이 모든 시간 동안 이 순간을, 우리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기다려 왔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공동체라고 하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부조리한 공간에서 다른 방식의 행복을 꿈꾸며 사는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려 왔던 것 같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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